대한민국 공군 정보통신 장교 복무를 마치고

나는 우리나라 공군의 정보통신 장교로서 올해 4년의 복무 기간을 채우고 대위로 만기전역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군생활은 꽤 재밌었다.

공군 장교에 입대한 이유

나는 공군 장교로서 의무복무를 마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공학석사 학위 논문을 작성하던 때에 현재 예산에서 박사 과정 진학시 재정 상태를 고려하니 생활고가 예상되서 석사까지만 하고 일을 하러 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고 마침 공군 장교 지원 기간이었으며 조건과 근무지가 잘 맞아서 지원을 하게 되었다. 공학석사가 있으면 병역특례 중 하나인 전문연구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장교로 군 복무를 할 생각이 없었지만 내가 전역 후 사업을 하던 뭘 하던 간에 현역 중에도 장교로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에 입대를 하게 되었다.

기초군사훈련과 특기교육

나는 임관 후 배치되는 부서와 직책까지 입대 전에 미리 정해진 특별전형자였기 때문에 훈련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었고 기초군사훈련도 육체적인 부분만 좀 힘들어서 그렇지 석사 생활 대비 천국이 따로 없었다. 7주간의 특기교육은 공군의 정보통신 장비 외우는 것외에는 새로운 내용이 없었기에 재미있기만 했다.

1중대 2소대, 제140기 학사사관후보생 5주차 주차별 훈련 사진(출처: 공군 교육사령부 홈페이지)

 

즐거웠던 군 생활

나는 군수사령부에서 전산장교로 복무하였다. 예하부대의 개발실에도 있었고 정책부서에서 근무하기도 했었는데 좋은 분들을 만나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나는 전산장교의 기본 이론은 이미 다 암기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군에서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지를 익히면 되었고 잘 알려주시는 분들을 만나서 일하기가 수월했다. 또한 잘 끌어주는 선배들을 만났고 우수한 후배들이 있었기에 일을 할 때 수월했다.

내가 만들었던 체계의 보도 자료(출처: 국방TV)

군수사령부의 예하부대 군수전산소에서 근무할 때는 여러 전산체계를 개발했고 그 중에는 국방TV에 출연한 것도 있었으며 전투기와 미군, 록히드마틴 등이 엮인 것들도 있었다. 장교는 순환보직이라 보통 2년마다 보직이 바뀌는데 제하기 전에는 군수사령부의 참모부서에 있었다. 여기는 군수업무를 분석 및 평가하는 곳인데 여기서 근무하는 것 또한 참 흥미진진했다. 군수사령부 예하부대에서 전산체계를 개발부터 구축, 운영, 유지보수하다가 사령부 참모부서에서 근무하니 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고 고위 장교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여담이지만 마지막에 근무한 부서는 대위가 막내였다. 여기는 장교와 군무원으로 구성된 부서였는데 군무원 분들도 다들 고참이셔서 익힐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았다.

군 복무를 1년 연장하다

군 생활하다보니 군에서 반려자를 만났다. 입대할 때는 단기장교의 의무복무 기간인 3년만 복무하고 전역할 생각이었는데 좀 더 같이 있다가 전역하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고 1년을 연장해서 대위로 전역하게 되었다.

전역 후 생활

나는 군 복무 48개월과 훈련 3개월, 훈련 앞뒤 준비 기간 0.5개월을 합쳐서 약 52개월을 군에 있었기에 육군에서 18개월만 근무하고 전역하여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대비 나이가 꽤 많았다. 군 호봉을 인정하지 않는 기업에 신입 공채를 지원해서 입사하기에는 나이가 많았고 이미 가정이 있는 상황에서 적은 연봉으로 생활을 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군 호봉을 인정하는 기업은 많지 않아서 진로 고민을 좀 했었다. 나는 과거에 학생 창업을 했었고 법인사업자로 정부지원사업과 용역을 수행하여 사업을 한 경험이 있었다. 다시 사업을 하고 싶었기에 사업을 배울 수 있는 SI(System Integration) 업체로 가는 것으로 커리어를 정했고 어느 회사에 갈까 고민하던 중 교통 SI 분야의 상위 티어에 있는 현재의 회사에 입사하였다. 입사할 때 경력과 학위를 인정받았기에 적당한 직급과 연봉으로 입사할 수 있었다. 현재 즐겁게 일하고 있다.

해외 여행

공군은 연차 사용이 자유로운 편이고 위수지역이 없기에 군대이지만 생활 관련 제약이 적은 편이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해외여행도 좀 다녔을텐데 아쉽다. 현재는 대대장급 결재만 받으면 되기에 해외여행을 더 잘 다니는 것 같다.

박사 과정

일이 좀 익숙해지니 일을 빨리 끝낼 수 있게 되어 부대 인근의 대학교 박사 과정에 입학하였고 전역 전에 수료할 수 있었다. 낮에 강의가 있는 경우 연차를 써야 했다. 부서장님들과 부서원 분들이 배려해주셔서 감사히 잘 다녔고 무사히 4학기 만에 수료했다. (전역 하기 전에 바뀐 거지만) 공군은 연차를 시간 단위로 쓸 수 있어서 공부하기 좋다. 공군 부대도 대도시에 많아서 근무지만 잘 맞으면 군 복무 중에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영외에서 수강했지만 공군은 대학과 제휴를 맺어서 군 내부에도 대학원이 있다. 성남과 대구 등에 있는 경희대학교 대학원이 대표적이다.

경희대학교 교육장 위치

공군 장교 복무를 추천하는가?

다른 사람에게 공군 장교 복무를 추천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알려줄 것이다.

나의 반려는 공군 장교로 복무하고 있으며
나는 육군 병사를 전역한 친동생에게 공군 복무를 추천했고
동생은 현재 재입대하여 직업군인의 길을 걷고 있다.